「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안은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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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블로그 이름으로도 사용한 책 '지구에서 한아뿐'을 쓰신 작가님이셨다. 가끔 읽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글이 흘러들어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구에서 한아뿐'이 그랬고, '보건교사 안은영'이 그랬다. 작가님 특유의 담백한 어조와 유머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한아와 안은영은 공통점도 있다. 재미있고 씩씩하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고, '내가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그들의 친구였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 '마음에 담긴 구절들'란에 쓴 황인찬 시인의 서평에서 안은영을 사랑과 정의로 움직이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아주 공감한다. 안은영은 그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초연한 모습으로 친절을 베푼다. 어린시절 나는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라는 말을 수 없이 외쳤고, 실제로 사랑과 정의로 움직이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편의와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일이 아주 많아진 것 같다. 평소 장난으로 '동심이 없어졌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잃어버린 동심 하나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동심을 되찾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안은영이고 싶다.
마음에 담긴 구절들
제가 탑이랑 사리탑, 사람들이 쌓아 놓은 돌무지까지 열심히 건드리고 다니고 있는데 뒤에서 슬쩍
'얻어 가시면 좋은 데에 쓰셔야 합니다.' 하시는 거에요.
-57p-
저거 언젠가는 한번 들이받아야지, 곤란할 때 내팽개쳐 둬야지, 안은영 진짜 성질 많이 죽었다...... .
-59p-
"있잖아, 다음 선거에는 너희들한테도 선거권이 있어."
대흥의 설명을,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계를 특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끄트머리에 그렇게 덧붙여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아이의 눈 안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대흥은 그 반짝임 때문에 늘 희망을 얻었다. 뒤에 오는 이들은 언제나 더 똑똑해. 이 아이들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나을 거야. 그러니까 그 바보 같은 교과서를 막길 잘했어.
-239-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매일 절감한다. 도처에 널린 수많은 혐오와 불의 앞에서 우리는 잠깐 분노하다 다시 눈을 돌리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보건교사 안은영>은 바로 이 사랑과 정의로 움직이는 인물, 안은영의 이야기다.
-황인찬 시인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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