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도 상실감도 언젠가 무뎌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진실이 그를 붙잡아 세웠다.
슬픔은 분노로, 상실감은 복수심으로.
이름을 버린 거인이 다시 세상을 향해 몸을 튼다.
추천도 : S(5/5)
개연성 : 4
재미 : 5
창의성 : 5
문체 : 6
캐릭터 : 6
완결성 : 4
연재 현황 : 완결작, 총 263화(외전 9화 포함), 시리즈 물(현재 '시즌2 - 거병공 진군가' 연재중)
연재 플랫폼 : 카카오페이지, 시리즈, 리디북스
장르 : 판타지
발행자 : 브리드, NEW EPISODE
시리즈 물이나 하나로도 완성도 있는 작품, 인성바른 먼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제국의 영웅이 퇴역 후 죽은 아내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여행을 하는 소설이다.
여행을 하며 삶의 의지를 찾고, 다른 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섬세하게 다뤄진다.
엑스트라 하나하나까지 캐릭터들이 확실하고, 아주 입체적이다. 등장인물들 중 어떤 사람을 주인공으로 잡아서 새로운 소설을 써도 재미있을 만큼.
주인공도 아주 매력있다. 흔히 말하는 먼치킨이지만, 찐어른인 먼치킨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대화가 가장 좋은 해결법이라고 생각하며,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아는 성숙한 어른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성격이 소설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시리즈 물이다. 그래서 세계관이 아주 넓고 짜임새있다. 그렇다고 완결성이 부족하지도 않다.
시리즈물인 만큼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많아 완결성에 만점을 주진 않았지만, 충분히 완성도 있는 소설이다.
보통 시리즈 물은 다음 시즌에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모든 복선을 다 회수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의 시즌만으로는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도 동일하게 아직 회수되지 않은 복선들과 자세히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으며, 263화로 요즘 판타지 소설들에 비하면 짧은 편이다. 하지만 전혀 이야기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고 충분히 하나의 작품을 잘 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서술되지 않은 부분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님의 필력도 눈여겨 볼 만하다. 섬세하고 잔잔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마치 문학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의 분위기가 잔잔하고, 전개가 느리게 흘러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그걸 작가님의 필력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간다. 이러한 느낌이 전통판타지를 읽는 듯한 느낌도 준다.
9편의 외전도 있는데 이 외전들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외전 중 '나리아 - 맑음. 흐림. 그리고 너.' 편이 좋았다. 나리아를 정말 짧게 만났지만, 이 소설 속 나의 최애 캐릭터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 작가님은 로맨스물을 쓰셔도 잘 쓰실 것 같다.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일수록 후기를 쓰는데 오래걸린다. 읽으면서 느낀 생각과 감정이 많아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책에 대해 공유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정보를 선별하는데 오래걸리기도 한다. 이 책의 후기를 쓰는데는 이틀이걸렸다. 이 시간으로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증명하고 싶다. 문학소설같은 판타지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말 추천한다.
마음에 담은 구절
"아내가 만든 겁니다. 뜨개질을 좋아했거든요. 근데 제 손 크기를 잊었는지 이렇게 작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귀엽지 않나요?"
"손재주가 좋은 분이었나 보군."
구치가 한마디 거들었다.
"야무진 손을 가진 여자였죠. 저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힘드시면 솔직하게 말씀하셔도 됩겁니다. 그 친구,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요."
"맞아요. 든든한 남편이죠. 하지만 이건 제 자존심이에요. 부부는 마냥 기대는 관계가 아니잖아요. 감내할 수 있는 건 감내해야죠. 아마 남편도 같은 생각일 거예요."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준 공께서 그러셨지. 자기 객관화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자기 비하는 그 어떤 독보다 무섭다고."
"개인은 현명하나 집단은 어리석지. 그 집단이 다수결로 통치자를 뽑는다면 과연 철인이 나올 수 있을까?"
"누구도 알 수 없겠죠."
"너무나도 위험한 형태 아닌가? 황가에서 태어난 아이는 철인이 되기 위한 온갖 교육을 받지."
아르드헨은 어린 시절을 되새김질하며 말했다.
"지도자로서 정통하게 길러진 자가 고삐를 잡아도 제멋대로 날뛰는 게 국가일세. 근데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고 정치가가 된다면, 소임을 다할 수 있을까?"
"격언을 빌려 진언을 올리자면, 고인 물을 썩기 마련입니다."
아내가 기억 못하는 감각들까지, 랜더는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사랑했던 사람의 가장 끔찍한 순간이 노도처럼 밀려든다.
랜더는 그 한가운데에서 버티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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